추억의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h1lecO5NUEo
나는 중학교 때부터 지독한 카시오페아였다. 남들이 말하는 소위 수니였는데 참 열정적으로 좋아했었다. 나의 최애는 시아준수였는데 왜 좋아했었지 생각해보면 노래를 가장 잘해서 좋아했다. 사실 그들을 좋아하기 전엔 입덕 부정기라는 것이 있었는데 뭔가 아이돌을 그냥 얼굴이 잘생겨서 좋아하면 왠지 모를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아 "노래를 가장 잘해!"라고 남들에게 말하는 게 "얼굴이 잘생겨서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조금 더 있어 보였던 것 같다. (지금은 잘생긴 거 젤 좋아함^^)
당시 시아준수는 내가 본 나이어린 가수 중에 가장 노래를 잘 부르고 매력이 개미지옥이라 그를 좋아하다 보니 동방신기 전체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당시 나의 mp3와 pmp에는 동방신기의 노래들과 팬픽(..)으로 가득찼고 TV, 라디오, 음방 스케줄은 항상 다 꿰고 있었다. 나는 직접 공방을 다니거나 그렇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콘서트를 열면 어떻게든 가려고 피켓팅을 했었다. 콘서트에 가면 받을 수 있는 ㅇㅇ파 명함받는 걸 제일 좋아했었다. 여담으로 그때의 능력으로 인해 친구들이 가고 싶은 공연도 만족할만한 자리로 성공하기도 했었다! 항상 그들의 무대를 보면서 거실이 콘서트장처럼 혼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응원을 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었고 예능에 나오는 날에는 하루 종일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방송국에서 동방신기가 컴백하면 동방신기 특집을 많이 해줬었기 때문에 이주씩 방송해주고 그랬었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은 나의 별들은 5년이라는 짧은 시간만 활동을 하게 되었고 나는 대학에 입학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잊혀지게 되었다. 간간히 그들을 보게 되면 어릴 때 진짜 좋아했었는데-.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상하게 동방신기 노래를 자주 듣게 된다. 그것도 5명이 활동했을 당시의 노래들을!
그때의 내가 그리운건지 아니면 그때의 그들을 사랑했던 감정이 그리운 건진 모르겠지만 유달리 그들의 노래를 많이 듣는다. 들으면서 그때의 주변 환경이나 냄새, 나의 감정도 어렴풋이 생각이 나더라. 내가 덕질했을 당시에는 지금처럼 최첨단인 유튜브와 트위터가 없었을 때라 라디오에서 부른 그들의 노래를 추출된 음원으로 mp3에 고이 넣고 하루 종일 듣곤 했었다. 지금이야 검색만 하면 영상까지 나와 바로 볼 수 있지만 라떼는 어느 정도 노력도 하면서 덕질을 했어야 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경계에 있던 그 당시의 나는 그들이 나오는 잡지를 사서 스크랩도 하고 팬띠를 인쇄해 볼펜에도 두르며 나 얘네 좋아한다고 티를 팍팍 내곤 했었다. 누군가를 그렇게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좋아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꾸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것에 집착아닌 집착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밥 먹을 때는 아직도 무한도전 리즈시절 영상을 보고 동방신기 노래를 주야장천 듣는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지 아니면 그때만큼 지금은 좋아하는 게 없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른이 되면 아주 멋지고 우아한 취미를 가지면서 살 줄 알았는데 현실은 난 아직도 무한도전 없이 밥을 먹지 못하고 동방신기의 한국어, 일본어 가사를 모두 따라 부른다. 오늘도 추억의 플레이 리스트를 음질이 좋은 블루투스 스피커로 들으면서 그때를 회상하며 쿨쿨 잠을 자겠지!